수원 삼성 블루윙즈 입단이 유력한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 코즈카 카즈키는 어떤 선수인가?
지난 2일 오전, 일본 현지 언론 <스포니치>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 코즈카 카즈키가 수원 삼성 블루윙즈로 이적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카즈키는 가와사키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수원 삼성이 위약금을 준비해 정식으로 제의를 했고 카즈키 본인도 수원이 보여준 열의에 고심 끝에 첫 해외 도전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수원 삼성은 카즈키가 조기에 합류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가와사키도 코즈카의 향후의 커리어를 생각해 흔쾌히 내보낼 방침으로 조만간 정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사대로 이적이 이루어진다면 2022년 사이토 마나부 이후 다시 한번 일본인 축구선수가 빅버드에서 뛰게 된다. 수원 삼성은 일본인 선수와 맺었던 인연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010년에 입단한 타카하라 나오히로(現 오키나와 SV)가 그랬고 2022 시즌 중 입단한 사이토 마나부 역시 그렇다. 아직 일본인 선수와 악연이 없는 수원에 도착할 카즈키. 과연 카즈키는 타카하라와 마나부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일본인 신화를 쓸까, 아니면 처음으로 악연을 만들까. 카즈키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유형을 가진 선수일지, 그리고 수원에 어떤 이점을 가져올지 알아보자.
1994년 8월 2일 니가타현에서 태어난 카즈키는 지역 내 유스팀 미츠케 FC 코치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알비렉스 니가타가 J1리그에 승격하는 것을 보고 고향 팀에서 활약하고 싶은 꿈을 가졌고 12살에 고등학교에 들어가 J리그에 가서 일본 대표로 성장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중학교 때 같은 지역에 있던 카와구치 나오키(現 가시와 레이솔)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카즈키는 테이쿄 나가오카 고등학교 2년 차에 호쿠신에츠 프린스리그 1부에서 득점왕을 차지했고 3년 차에는 U18 일본 대표팀 슬로바키아 원정에 동행하며 조금씩 J리거와 일본 대표팀이라는 오랜 꿈을 이뤄나가기 시작했다.
카즈키의 활약을 본 오이 켄타로와 미카도 유타가 '천재'라 칭했고 우치다 준 역시 '니가타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카즈키는 2012년 11월 가계약을 맺고, 2013년 꿈에 그리던 고향팀 알비렉스 니가타에 입단했다. 하지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해 2014년 7월 당시 JFL 소속 레노파 야마구치 FC에 임대 이적했다. 야마구치에서 카즈키는 왼쪽 윙이나 공격수 등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활약해 야마구치가 J3리그에 참가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2015년에도 재임대로 오며 야마구치의 J3 우승과 J2 승격에 공헌했다.
야마구치에서 보여준 맹활약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얻은 카즈키는 2016년 니가타에 복귀를 했지만 리그와 컵 대회 합산 11경기 출장에 그쳤다. 출전 기회를 요구해, 2017년 시즌에 야마구치에 다시 기한 첨부 이적. 시즌 도중 본인의 은사였던 우에노 노부히로가 팀을 떠나는 어려운 시즌을 보냈지만 39경기에 출전해 팀 최다 8골과 6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의 핵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해 12월 2. 분데스리가 포르투나 뒤셀도르프 훈련에 5일 동안 참가했다.
2017년 니가타를 떠나 2018년 반포레 고후를 거쳐 2019년 J1리그에 승격한 오이타 트리니타로 이적한다.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오면 리그전 33경기에 출전. 주로 3-4-2-1 포메이션 내 2섀도우에서 후지모토 노리아키와 오나이오 아도가 주축인 공격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오이타에서 보여준 활약을 바탕으로 우라와 레즈가 오퍼를 했지만 카즈키는 오퍼를 거절하고 오이타에 잔류했다. 2020년 오이타 공격을 이끄는 주력으로 기대받았지만 감독의 기용 방식 문제와 컨디션 난조가 겹쳐 리그 8경기 출전에 그쳤다.
2021년 J리그 강팀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입단한 카즈키는 시즌 초반 주전에서 밀렸지만 4월 14일 아비스파 후쿠오카 전에서 데뷔해 AFC 챔피언스 리그 베이징 궈안 경기에서 첫 골을 기록하며 조금씩 존재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리그 5경기 출전에 출전 시간도 72분에 머물렀다. 주전에서 밀린 이유는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었다. 적은 출전 시간이 오히려 카즈키에게 전화위복이었던 걸까? 2022년 카즈키는 단점이었던 수비 불안을 개선하며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 그러나 5월 21일 사간 도스 전 선발 이후 출전 기회가 격감해 종종 벤치에 들어가지만 출전 기회는 많이 오지 않았다. 2022 시즌도 비록 주전 자리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지만 단점을 개선해 출전 수가 늘어나 리그 12경기를 기록한 점은 고무적이었다.
카즈키는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 미드필더로 오른발이 주발인 선수다. 카즈키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기술이 좋고 창의적인 선수라는 점이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패스와 게임 메이킹, 공격 센스도 강점이다. 실제로 카즈키는 본인의 장기인 스루패스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프론탈레 홈페이지에 적힌 프로필에 본인의 강점과 이것만은 빼앗기기 싫은 것에 스루패스를 적어놓았을 정도이다. 실제로 카즈키는 짧은 패스, 스루패스, 긴 패스 모두 능숙하게 할 수 있어 오이타 시절에는 J리그 최고 패스마스터로 불리었을 정도다.
이번 시즌 카즈키가 선발로 나온 8라운드 나고야 전 패스맵과 히트맵을 보자. 이 날 카즈키는 4-1-2-3 포메이션에서 2섀도우 메짤라 역할로 나왔다. 패스맵과 히트맵을 보면 상황에 따라 중원에서부터 시작해 인사이드 하프(메짤라) 내지 윙에 가까운 수준으로 측면까지 올라가 공격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즈키가 수원에 온다면 중원과 하프 스페이스에서 전진성과 창의적인 패스를 통해 수원의 공격을 풀어나갈 키플레이어로 맹활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위협적인 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아직도 팬들의 머릿속에 회자되는 카즈키의 원더골이다. 지금 수원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골이다. 카즈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공격적인 역할로 전진 배치시킨다면 수원에서도 저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카즈키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단점은 수비 상황 시 보이는 불안함과 공중볼 상황에서 아쉬운 헤더 능력. 이 때문에 2021년 가와사키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수비 불안을 개선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기복이 있다고 지적받는 점은 흠. 그렇지만 카즈키가 갖고 있는 강점이 명확하고 매력적이어서 많이 나오지 못하더라도 팀의 공격 수준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선수로 기대받는다.
비록 가와사키에서는 주앙 슈미트, 와키사카 야스토, 오시마 료타에 밀려 많이 출전하지 못했지만 수원에게 있어 카즈키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이다. 우선 카즈키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넓다. 메짤라부터 시작해 공격형 미드필더, 세컨드 스트라이커, 윙어까지 활용할 수 있다. 또 수원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볼 점유가 잘 안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하프 스페이스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카즈키를 영입하면 이 단점을 어느 정도 해결은 할 수 있다.
단 카즈키를 잘 활용하려면 조건이 있다. 공격 작업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맡긴다면 카즈키가 찔러주는 패스를 받아서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아무리 카즈키가 과감한 패스를 찔러서 넣어줘도 받아주는 공격수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여름 이적시장이 이제 막 시작한 지금, 카즈키 영입과 동시에 카즈키가 주는 창의적인 패스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 영입이 급선무다.
현재 수원은 중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경중은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기제-고승범-김보경으로 이어지는 공격 작업은 영리하고 터치 능력이 탁월하지만 문제는 볼을 잡은 후 상대 허를 찌르지 못한다. 동시에 전방에서 침투나 돌파를 하는 것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단점들, 어디선가 익숙하지 않은가? 바로 카즈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누군가는 '압박이 거센 K리그에서 카즈키가 피지컬 싸움에서 이기며 과연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J리그에서도 어려운 상황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여럿 보여줬던 카즈키이다. 필자는 그보다 카즈키가 과연 자신감을 되찾고 과감한 플레이를 통해 본인의 강점을 K리그에서도 살릴 수 있는가가 관건으로 보인다. 한때 J리그에서 뛰지 못하던 시절 카즈키는 자신감이 떨어져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가와사키에서 3시즌 동안 주전으로 나선 적이 없는 만큼, 자신감은 오이타 시절에 비하면 떨어져 있을 것이라 보인다. 선수 본인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이 어느 정도 있기에 외부적인 요인이 잘 받쳐준다면 수원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선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카즈키는 과연 강등 위기를 겪고 있는 수원 삼성의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아마노 준과 에사카 아타루처럼 새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카즈키를 유심 있게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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