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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선수 보존 법칙’과 대구의 대응책

오성윤 관리자의 칼럼

by 오성윤 2023. 4. 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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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리그 7라운드, ‘달빛더비’라고도 일컬어지는 대구FC와 광주FC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광주가 2부리그로 강등을 당한 2021시즌 이후 처음 펼쳐지는 달빛더비였다. 2020시즌 이후를 기준으로 경기당 평균 4.71 골이 나온 달빛더비의 화력은 2023년에도 여전히 뜨거웠다. 총 7득점이라는 대량 득점이 터져나왔는데, 3골차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광주가 후반전 중반부터 대구에게 기세를 완전히 내주면서 3-3 동점을 허용했지만 결국 후반 막판 극장골로 광주가 4-3 승리를 거두었다는 경기 내용 또한 흥미진진했다.

출처: 광주FC


전반전 광주는 대구에게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승리하였으며 후반전 초중반에 들어서는 3점차 리드까지 잡았기 때문에 광주가 계속해서 대구를 압도하는 원사이드 게임으로 경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광주가 승점 3점을 획득했으나, 후반전 실점이 많은 광주의 약점을 파악한 최원권 감독의 후반 세징야-에드가 카드를 중심으로 한 대응 전술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분위기 반전과 더불어 압도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정효 감독과 최원권 감독이 각각 전반전과 후반전에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던 전술적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전반전의 승자인 광주의 전술적 기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장 내 선수들간 유기적인 로테이션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이정효 감독은 측면 수비를 담당하던 이민기가 부상 이슈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MF 이순민으로 LB로 기용했다. 그간 중원 2MF 체제에서 정호연과 함께 합을 맞춰 오던 이순민이 타 포지션으로 이동함에 따라 이순민의 자리는 이희균이 대체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김한길이 새롭게 광주의 측면을 담당하는 등 광주의 라인업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표면적인 포메이션은 1-4-4-2에 기반해있었지만, 경기 내에서 광주는 특히 후방에서 선수들의 로테이션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났다. 양쪽 풀백이 넓게 발리면서 라인업 그대로 포백을 형성하기도 했으나 일반적으로 이순민-안영규-티모가 백스리를 이루며 3-2 후방 빌드업 형태를 갖추었다. 이희균이 후방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단 경기장을 종적으로 오가면서 후방과 전방을 이어주는 역할을 수행했기에 이순민이 유동적으로 중원에 합류하며 2-3 후방 빌드업 형태를 갖추기도 했다. 1선의 경우 LM 김한길과 RM 아사니는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 배치되어 대구의 양쪽 WB을 고정시켰고, 2ST를 이룬 허율과 산드로는 대구의 백스리와 3v2로 대립하였다.

광주와 대구의 기본 선수 배치

대구는 1선과 미드진을 포함한 5명을 최후방 라인을 구성하는 5명을 분리하여 광주의 후방 빌드업을 제한하고자 했다. 중원에 오각형을 이루는 전방 수비 블록을 형성하였는데, 양쪽 윙어들이 간격을 좁혀 CB인 안영규-티모에게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대신 2SB 이순민-두현석과 2MF 정호연-이희균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면서 5v4 수적 우위를 점하였고 이러한 수비 대형은 광주의 중원을 거친 볼 투입을 차단한다는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광주는 대구의 수비 블록에 대한 파훼법으로써 RB 두현석을 적극 활용했다. 3-2 내지 2-3의 후방 빌드업 대형을 유지하기도 했으나 대구의 거센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CM 정호연이 수비라인에 합류해 유기적으로 3백을 형성하도록 한 광주는 주로 우측 스토퍼로 위치를 이동하여 후방 볼 순환을 도왔던 정호연의 직접적인 전진을 통한 전반으로의 볼 운반을 위해 두현석을 RM 아사니와 마찬가지로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가도록 했다. 두현석의 측면 지향적 포지셔닝에 의해 대구의 1선 중 두현석과 대치하는 LM 바셀루스는 자유로워진 두현석이 아사니와 함께 측면에서 케이타를 상대로 2v1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측면으로 이끌려갔다. 그리고 정호연은 바셀루스의 횡적 움직임을 통해 발생한 공간을 직접 볼은 운반하며 광주가 전개 국면으로 상황을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두현석이 위치한 측면으로 이끌린 바셀루스, 그 공간으로 전진하는 정호연


광주는 정호연과 두현석의 로테이션을 통한 공간 창출 패턴에 대한 준비가 철저했다. 그리고 이는 광주 이정효 감독이 준비한 ‘선수 보존 법칙’과 결부되는데, 위 자료와 같이 왼쪽 측면에서 LB 이순민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있을 때 두현석은 이탈이 발생한 후방 대기 인원에 숫자를 더해주기 위해 수비라인으로 내려와 최후방 안영규-티모와 함께 다시 백스리를 형성하는 움직임을 취했다. 이때 중원에 위치하던 정호연은 두현석의 후방 움직임으로 발생한 측면 공간으로 진출했으며, 이는 대구 수비진의 측면 수비에 대한 측면을 야기함과 동시에 다소 고립되어있던 광주의 측면 공격에 방향 전환의 여지를 준다는 전술적 효과를 낳았다.

이날 광주의 선발 선수들은 두현석-정호연이 보인 상호간 로테이션과 같이 자신의 포메이션에 구속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혹은 창출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취했다. 예컨대 CB 티모는 광주의 측면 전개 시 숫자적으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도록 측면 쇄도 및 컷백까지 시도했으며, 이때 LM 김한길은 티모의 이탈로 적어진 후방 숫자를 복구하기 위해 백스리를 구성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두현석-정호연의 상황에 알맞는 로테이션 움직임
CB 티모가 이탈함에 따라 백스리를 구성하기 위해 내려온 LM 김한길


광주는 대구의 전방 수비 블록에 균열을 내기 위해 그들의 의도대로 측면을 공략하는 파훼법 또한 제시했다. SB들의 ‘더미런’을 활용한 패턴 플레이로 대구의 촘촘한 수비라인에 공간을 만든 것이다. 광주는 기본적으로 필드 플레이어의 절반 이상이 후방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전방에서의 공격적 수싸움을 위해 배치된 선수들이 대구의 5백에 비해 절대적인 수적 열세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광주가 위의 자료와 같이 상대의 전체적인 진형을 측면으로 이동시킨 측면 공격 전개 과정에서 방향을 전환할 때 광주의 RM 아사니/LM 김한길은 완전한 아이솔레이션을 가져가지 못했으며 최고의 상황에서도 필연적으로 대구 WB과 1v1을 펼쳐야했다.

이때 RB 두현석/LB 이순민의 움직임은 빛을 발했다. 후방에서 상대의 견제에서 벗어난 채 수비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던 두현석/이순민이 상대의 측면으로 유도된 전체 선수들과 광주의 LM/RM과 대치하는 대구의 WB 사이에 발생한 공간을 향해 쇄도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2v1 수적 열세에 놓인 대구의 WB은 쇄도하는 이순민/두현석을 의식하고 광주의 RM/LM에게 접근하기보단 둘 모두를 견제하기 위해 물러나는 수비 방식을 택하게 되고, 이때 광주의 RM/LM은 두현석/이순민에게 볼을 연결하여 컷백 상황을 연출하지 않고 자신의 앞에 발생한 공간을 활용하여 중앙으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이 상황에서 정호연은 두현석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수비라인을 재구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가고, 이를 미루어보았을 때 광주의 ‘선수 보존 법칙’을 기반으로 한 후방에서의 선수 로테이션은 양쪽 WB이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황에서 쇄도함으로써 상대와의 숫자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 또한 수반한다고 할 수 있다.

아사니와 케이타의 1v1과 케이타의 뒷공간를 공략한 두현석의 쇄도 움직임


광주는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위한 수적 불리’ 상황을 설계하기도 했다. 광주의 세번째 득점을 나타내는 위의 자료가 그 단적인 예시이다. 오른쪽 측면을 중심으로 한 전개 과정을 거친 광주는 중앙을 비워둔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경기 내내 측면 터치라인 부근에서 포지셔닝을 가져간 아사니와 WB 두현석, 그리고 CM 이희균이 대구의 측면에 밀집돼 있었다. 대구 또한 광주의 측면 패턴 플레이에 대비하기 위해 2명의 CB을 동원하여 4v3 수적 우위 환경을 조성했다. 하지만 결국 박스 내부는 2v2 수적 열세, 박스 부근에 위치한 김한길까지 고려한다면 잠재적으로 3v2 수적 열세에 처하면서 광주에게 세번째 실점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우측면에서 수적 열세에 처해있으나 박스 내부에서는 수적 동위 내지 우위를 점했던 광주


광주는 WB와 양쪽 측면을 적극 활용한 여러 패턴 플레이를 통해 광주의 중원 전개를 차단하고자 했던 대구의 의도를 역이용했고, 그럼으로써 대구의 수비 시스템에 계속해수 균열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광주의 좋은 경기력은 후반전 중후반부 대구의 대응책에 의해 무너졌다.

그렇다면 대구가 준비한 광주 파훼법은 무엇일까?

광주의 측면 패턴 플레이에 고전한 대구는 애초부터 광주의 후방 빌드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자 했다. 세징야와 에드가를 투입함에 따라 전반전 고수해온 3ST 체제를 2ST 체제로 변환하는 포메이션상 움직임을 가져갔고, 이에 따라 고재현이 중원에 합류하면서 수비 국면을 맞이했을 때 허리라인의 숫자를 늘린 것이다. 또한 최전방 세징야-에드가에게 각각 광주 CB인 안영규-티모에게 압박을 가할 것을 주문하면서 전반전 광주의 중원에 압박을 가했던 3ST의 압박 체계에도 변화를 주었다.

그리고 개편된 2ST 세징야-에드가는 광주를 낮은 지역에서부터 측면으로 몰고자 했다. 전반전에 비해 더욱 높은 수비라인과 넓은 선수간 간격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압박이 가능해지면서 대구가 추구했던 측면 유인이 비로소 실현된 것이다. 위에 상황에서 에드가는 높게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광주의 RM 아사니에게 볼은 연결해줄 수 있는 티모를 마크하고, 이때 고재현은 전방으로 압박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2ST로서 상대의 최후방 라인에 압박을 가할 수 없게 된 에드가의 역할을 대신한다. 높은 라인을 유지함으로써 수적 우위를 점하고 공간적 여유를 지닌 대구의 중원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대구를 상대적으로 공간이 협소한 우측으로 몰아가려는 대구의 수비 움직임


상술했듯이 대구가 광주를 묶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과감성’에 기인한다. 낮게 내린 수비라인과 촘촘한 선수 사이 간격에서 계속해수 공간이 발생하자 전반전 사용한 기존의 방법론을 과감히 버리고 더욱 공격적 성향이 짙은 수비전술을 들고 나왔다.

이러한 전술적 변동에 따라 광주의 1선에 대한 대인 방어와 하프 스페이스 구역에 대한 지역 방어를 모두 시도했던 대구의 5백에도 전진성이 가미되었다. 광주가 후방 빌드업을 시도할 때 CB 중 한 명이 수적 우위를 위해 대구의 수비 상황에 가담한 것이다. 이때 대구는 광주의 WB 또는 RM에게 WB 케이타/황재원을 붙여 측면 루트를 묶었고, 에드가는 CB 티모로 향할 수 있는 패스길을 차단하면서 대구의 측면 수비에 가담한다. 이를 통해 대구는 측면에서 4v2 내지 3v2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며 실제로 자료에 그려진 빨간 구역에서 많은 볼을 탈취했다.

즉, 볼 비점유 국면에서의 볼 점유 국면으로의 전환 횟수가 많아진 대구는 상대진영에서부터 상대 포켓 공간으로의 볼 투입 및 운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또한 이때 중앙에서 플레이할 때 강점을 보이는 에드가-세징야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중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측면에 고립되는 기색이 역력했던 전반전과 비교했을 때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드가와 김강산의 종적 수비 가담을 통해 광주를 가둔 대구


결과적으로 광주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반면 완벽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대구는 후반전을 압도하였으나 결국 홈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한채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원권 감독의 적절한 대응이 광주의 침체된 후반전을 야기했다는 점은 전술적으로 충분히 인상적이었으며, 이정효 감독의 측면 패턴 플래이는 다시금 리그에 신박함을 불어넣었다.

그럼에도 7라운드 대구전을 통해 보완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정효 감독이 과연 자신의 철학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비록 패배라는 아쉬운 결과를 남겼으나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의 여지를 남긴 최원권 감독이 더욱 발전된 전술을 통해 승점 치환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향후 일정에서의 두 감독의 미래가 정말 기대되는 바이다.

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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