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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11R 대구v울산] 대구를 가둔 울산과 ‘고립’된 대구

오성윤 관리자의 칼럼

by 오성윤 2023. 5. 1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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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는 어린이날에도 역시나 축구팬들과 함께 했다. 어린이날에 맞지 않는 흐린 날씨와 함께 비가 내렸지만, 그럼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축구장을 찾아와 팀을 열렬히 응원한 축구팬들의 열정 덕분에 축구장의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가히 ‘어린이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에버랜드와 비견하여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오히려 에버랜드에 가지 않고 축구 직관을 선택한 어린이 팬들이 이따금씩 눈에 띄었다.

‘대팍’이라고도 불리는 대구FC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도 역시 경기장을 찾아온 어린이 팬들과 함께 응원의 열기로 불탔고, 홈구장에서 경기를 리그 선두 울산현대와 경기를 치르게 된 어려운 경기가 될 전망이었으나 어린이날 기념과 동시에 10라운드 수원삼성전 승리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울산과의 혈투를 준비하였다. 최원권 감독은 ’막는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경기전 인터뷰를 통해 홈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안겨줄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전반전에만 3골을 허용하며 3-0 완패를 당한 것이다. 대구는 울산에게 ‘막는 방법’을 파훼당하며 전술적으로 큰 결함을 남겼고, 울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구의 수비를 철저하게 붕괴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은 어떠한 대응 전술을 통해 대구 축구를 무력화시켰을까?

FCU 디자인팀 설창우님 자체 제작


우선 두 팀의 선발 명단과 선발 명단에서 파악할 수 있는 두 감독의 전술적 의도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홈팀 대구는 1.3.4.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LCB 조진우-CCB홍정운-RCB 김진혁으로 이루어진 백스리 라인과 RCM 이진용-RWB 황재원의 두 U22 자원 중심의 중원 구성, 그리고 최전방에 LM 바셀루스-ST 에드가-RM 고재현이 포진한다는 공격진까지 10R 수원삼성전과 동일한 포메이션과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수원삼성전과 동일하게 후방에서 침착하게 수비 블록을 유지함과 동시에 상대 선수와 볼이 압박 기준선을 통과했을 시 순간적으로 강한 압박을 가하여 공을 탈취하고, 에드가의 힘과 공격진의 속도를 활용하여 상대를 괴롭히겠다는 최원권 감독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다.

대구와 달리 라인업에 많은 변화를 준 울산현대는 1.4.2.3.1 포메이션에 기반하여 선수를 선발했다. 수비라인 구성은 동일했으나 보야니치 대신 박용우가 이름을 율렸으며 강윤구 대신 황재환이 U22 자원으로 기용되었다. 공격진은 대구의 수비적 태세로 인해 활용할 공간이 적어짐에 따라 오프더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에 강점이 있는 루빅손 대신 드리블 돌파 등 온더볼 상황에 능한 바코를 LM으로 활용했으며, 경기를 단순하지만 더욱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주민규 대신 제공권 싸움에 우수한 마틴 아담을 ST 자리에서 활약하게끔 했다.

대구와 울산의 선발 라인업


‘도전자’의 입장에서 수비적인 스탠스를 기반으로 경기를 준비한 대구는 LM 바셀루스와 RM 고재현을 한 칸 내림으로써 1.5.4.1 바탕의 디펜시브 써드와 미들 써드에 걸친 촘촘한 미들블록을 형성했다. ST 에드가는 전방압박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상황에 따라 중앙 지역은 RCM 이진용/LCM 이용래가, 측면 지역은 LM 바셀루스가 유동적으로 ST 에드가와 함께 투톱을 형성하여 울산이 후방 빌드업을 통해 라인을 올리는 것을 저지하고자 했다. 특히 후방에서부터 상대의 수비블록을 가로지르는 패킹패스에 능한 LCB 김영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여 볼의 전진을 방지했다.

반면 울산은 지배하는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후방 다이아몬드를 형성했다. 후방 빌드업의 구심점이 되는 LDM 이규성은 주로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하고 상대를 유인하기에 용이한 후방 다이아몬드의 좌측에서 볼의 전개를 주도하였으나,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과 경기 운영에 숙련되고 능하다는 후방 다이아몬드의 구성 인원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들은 유연하게 서로 자리를 이동했다. RB 설영우와 LB 이명재는 측면 높은 구역에 대기했는데, 이는 더욱 원활한 공간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포지셔닝 플레이다. 이들은 대구의 미들블록 외곽에 위치함으로써 대구의 측면 수비 인원을 유인하여 라인 사이 횡적 간격을 넓히는 역할을 하며, 상대 포켓 공간에서 움직임을 가저간 울산의 2선 자원들은 RB 설영우/LB 이명재로부터 발생한 공간에서 더욱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미들블록 형성한 대구와 후방 다이아몬드와 넓게 벌린 사이드백을 기반으로 공간을 만들고자 한 울산


양측면 사이드백의 위치선정과 후방 다이아몬드 시스템을 통해 상대 수비블록에 변수를 만들어내고자 한 울산의 양측면 전개 양상은 각각 다르게 나타났는데, LM 바코와 LCB 김영권이 위치한 좌측면에서는 더욱 세밀한 패스워크를 통한 공간 창출을 꾀했다.

우선 볼의 소유권자인 LCB 김영권을 중심으로 한 후방 다이아몬드의 라인 상승이 기본 전제로써 수반된다. 다시 말해 RCB 김기희를 제외한 나머지 후방 다이아몬드 구성 인원들은 대구의 미들블록과 최대한 좁은 간격을 유지하였는데,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오프더볼 상황에 놓여있는 LDM 이규성과 RDM 박용우는 각각 LM 바셀루스와 LCM 이용래를 고정시키는 데 있다. 공을 탈취당했을 시 수비 액션의 제약 등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는 포지셔닝이었으나, LCB 김영권이 볼을 몰고 RCM 이진용의 점프 투 프레스를 유인하는 과정을 더욱 안정적으로 한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었다.

이처럼 울산은 과감한 라인 상승을 통해 상대 RCM 이진용을 끌어당긴 LCB 김영권은 RM 고재현과 RB 황재원이 LB 이명재에게 시선이 고정됨에 따라 발생한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주로 LM 바코가 그 공간에 대한 쇄도 움직임을 가져갔다. LM 바코는 해당 공간에서 드리블 돌파, 탈압박 등 온더볼에서의 기량을 발휘하여 대구의 수비 블록에 균열을 냈고, 상대 라인 사이 공간에서 볼을 받을 시 전진 방향 설정과 전체적인 흐름 파악 및 추진력 획득에 이점을 가질 수 있는 하프턴 동작을 우수하게 소화해내며 수차례에 걸쳐 피파울을 얻어냈다.

김영권-이명재-마틴 아담이 바코에게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 가져가는 움직임


LDM 이규성과 LCB 김영권이 좌측에서 후방 빌드업을 주도하는 구조의 경기 운영에 집중한 울산의 컨셉 하에서 우측면은 주로 활용되는 구역은 아니었다. 선봉장으로서 파이널 써드에서 울산의 공격 전개를 이끌어나간 LM 바코의 포지셔닝 또한 왼쪽에서 치우쳐져 있었고, LCB 김영권/LDM 이규성이 왼쪽 측면에서 후방 빌드업 시 마땅한 패스 옵션을 못할 경우 대구가 수비라인에 순간적으로 전방압박을 가해 실수를 유발할 것에 방지하여 필요 시 수비라인까지 볼을 운반 및 공급하는 등 왼쪽 후방 빌드업에 더욱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오른쪽 사이드보다 왼쪽 사이드가 더욱더 활성화되는 경기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기에 울산은 큰 폭의 방향전환 등을 통해 상대 수비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킨 이후 개인돌파 능력이 뛰어난 RM 엄원상과 포켓 공간에 대기 중인 여타 2선 자원들을 활용해 상대를 타격하는 방식을 바탕으로 한 우측면 공략법을 선보였다. 울산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후방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하여 전진패스와 횡패스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라인을 올림에 따라 양쪽 사이드백이 측면 터치라인 부근 깊은 구역에 대기하는 포지셔닝 플레이를 구사한다. 이때 미들 써드의 왼쪽 구역에서 LCB 김영권은 롱패스를 활용한 반대전환을 시도하며, 방향전환에 성공한 울산은 두 명의 프리맨을 발생시킨다.

첫번째는 RDM 박용우다. 울산은 터치라인에서 LCB 김영권의 롱패스를 공급받은 설영우를 압박하기 위해 대구 수비인원이 달려간 구역에 발생한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데, 주로 RDM 박용우가 대구 수비인원이 비운 하프 스페이스 공간에서 설영우의 패스 옵션으로서 볼을 점유했다. 키패스를 시도하기에 최적의 공간을 차지한 RDM 박용우는 파이널 써드로의 전진패스를 더욱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는 온더볼 상황의 RDM 박용우가 프리맨이 됨으로써 2선 자원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킨 반면, 좌측면에서는 LB 이명재가 두번째 프리맨으로서 순간적으로 박스 안으로 들어와 박스 내부 수적 우위 및 직접적인 상대 타격을 위한 움직임을 가져간다.

김영권을 통해 우측면으로 한번에 전환될 시 박용우와 이명재는 프리맨이 된다.


주로 루빅손 대신 기용한 LM 바코의 개인능력을 위주로 대구의 밀집수비를 풀어내고자 한 울산은 ST 마틴 아담 또한 적절하게 활용했다.

후방 다이아몬드와 2선간 간격이 좁지 않기 때문에 LM 바코의 운반이 아니라면 후방에서의 다이렉트 패스를 통해 볼을 투입해야했던 경기 특성에 따라 ST 마틴 아담에게 중앙 연계를 맡긴 것이다. ST 마틴 아담이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면 AM 황재환 등이 그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등의 예측가능한 패턴 플레이였으나, 이러한 공격 전술이 효과적으로 기능했던 이유는 ST 마틴 아담의 우세한 신체조건과 더불어 높게 위치해있는 후방 다이아몬드와 적절한 위치선정을 가져간 2선 자원들이 대구의 선수들을 고정시켰기 때문이며, 이는 이번 시즌 울산이 제시하는 ST 기용법이기도 하다.

울산의 마틴 아담 활용법


후방 다이아몬드로부터 시작되는 울산에 공세에 고전한 대구는 경기 지배를 위해 높은 라인을 유지하는 울산의 수비라인을 역으로 공략하고자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ST 에드가의 횡적 움직임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했다. 중앙에 머물기보단 하프 스페이스 지역으로 이동함으로써 울산의 측면 수비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공간을 향해 쇄도하는 RM 고재현-LM 바셀루스에게 볼을 연결했는데, 울산이 이에 대해 RB 설영우의 소극적 기용으로 대응하는 등 수비라인에 더욱 많은 비중을 두자 대구는 ST 에드가가 고립되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볼이 측면으로 연결되더라도 이후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되며 결국 공을 탈취당하거나 볼을 후진시키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다.

LWB 케이타와 RWB 황재원은 대구의 수공전환 국면에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지만, 최후방에서부터 스프린트를 시작한다는 불리점을 안고 공격에 가담하기에 LM 바셀루스-RM 고재현을 지원하기엔 부족함을 드러냈다.

울산의 측면 수비 결함을 공략한 대구의 역습 패턴


소극적 기용을 통해 대구의 역습에 대한 좋은 대응 카드가 된 RB 설영우는 RM 엄원상이 넓게 벌리면 한 칸 아래에서, 상대 포켓 공간으로 좁게 들어가면 측면 높은 구역에서의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RB 설영우의 가변적인 종적 포지셔닝 변동은 수비적으로 아웃 포제션 국면에서 대구의 역습에 대한 대비와 더불어 후방 빌드업 국면에서의 울산의 안정적 운영을 가능케 했다.

미들 써드에서 움직임을 가져갈 경우 RB 설영우는 후방 다이아몬드에 합류해 3-2 내지 2-3 형태의 후방 빌드업 대형을 형성함으로써 울산이 좌측 공간 창출에 실패했을 시 방향전환을 통해 재정비를 꾀할 수 있는 확실한 선택지로서 작용한 것이다. 특히 후반전 울산의 후방 다이아몬드 중 꼭짓점에 위치한 선수를 강하게 압박하여 순간적으로 울산의 후방 빌드업 시스템을 붕괴시키겠다는 대구의 압박 기조에 대한 안전장치로써 활약했다.

소극적으로 기용된 설영우


적은 인원만을 동원한 상대 압박에 한계점을 느낀 대구는 전반전 3점차 리드를 내준 것에 대해 만회하기 위해 라인을 더욱 올려 울산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였다. 파이널 써드에서는 수비라인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미들 써드에서는 수비라인에 대한 집적적인 압박보다는 수비라인의 패스를 받는 3선 선수들에 대해 각각 2v1 수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더욱 쉽게 볼을 탈취해냈다.

울산은 3선의 숫자를 늘리고 대구의 압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3선 구성원 사이 횡적 간격을 최대한 넓혔으나 대구는 이에 대해 간헐적으로 포백 변화를 취함으로써 수적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새로운 압박 기조는 울산의 패스미스를 유발해내는 등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갔으나, 볼 소유권 회복 이후 공간에 대한 활용도 부족으로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면치 못하며 결과적으로 실효를 거두진 못했다.

3선에 대한 2v1 압박과 포백 변환 이후 울산의 3선에 수적으로 대응한 대구


울산현대는 역시나 완성된 모습을 보였다. 몇차례 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되었으나 이에 대한 커버가 바로바로 실천되었으며, 특히 전반전 울산의 xT만이 증가세를 보이는 매치 도미넌스를 미루어 볼 때 경기 전반적으로 대구를 압도했다. 대구의 카운터가 될 수 있는 바코와 마틴 아담의 기용으로 복잡하지 않게 경기를 풀어나간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과 더불어 그들이 쌓아온 기본적인 전술적 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선수들의 세부적인 위치 조정 등을 통해 대구의 블록을 붕괴시킨 홍명보 감독의 전술가적인 면모는 울산을 리그 4연승의 길로 인도했다.

반면 대구는 여전히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세징야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팀을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조금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답답한 공격전술의 개편 또한 궁구할 필요가 있다. 실속이 없지만 팀의 유구한 전통이 담긴 백스리를 고수할 것인지, 혹은 울산전뿐만이 아니라 다른 경기에서도 팀 전술에 적용되었을 때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포백으로의 대대적인 전술변화를 줄 것인지 또한 최원권 감독이 남은 일정을 강등 걱정 없이 소화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대목 중 하나다.

출처: 울산현대


*모든 것은 제 사견이며 글의 구조적 안정감을 위해 제 생각임을 밝히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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